양키스의 피칭랩을 막아야 한다

양키스가 마이클 킹을 트레이드하고, 에이스 게릿 콜은 부상으로 이탈했으며, 올해는 루이스 힐의 등판조차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투수진은 여전히 리그 상위권입니다. 삼진 비율은 상위 5위 안에 들고, FIP(수비 무관 평균자책점)와 기대 장타율 또한 상위권입니다.

게다가, 올 시즌 스트라이크존에 가장 적게 공을 던진 팀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할까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무명의 베테랑, 라이언 야브로부터 시작하자

이야기의 시작은 다소 생소한 이름, 라이언 야브로입니다. 우리는 종종 투수 육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알파” 선수들, 즉 에이스급 유망주나 구속이 빠른 투수들에게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팀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바로 ‘저비용-고효율’ 선발투수를 만들어내는 것이겠죠.

하지만 제가 정말 주목하고 싶은 건, 이른바 ‘진흙탕 속에서 싸우는’ 유형의 투수들입니다. 땀과 기술로 개선을 이뤄낸 선수들. 바로 그런 개발 과정이야말로 제가 사랑하는 진짜 피칭 육성입니다. 그리고 최대한 존중하는 마음으로 말씀드리자면, 라이언 야브로는 그 ‘진흙탕’ 타입에 속합니다.

그의 싱커 구속은 시속 87마일 정도로, 리그 평균보다 느립니다. 그리고 몇몇 구종에서는 릴리스 포인트 차이가 꽤 크게 나타납니다.

야브로의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야브로는 지금까지 커리어 평균보다 좋은 ERA(평균자책점)를 기록해왔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약 4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그의 탈삼진 비율은 커리어 최고치인 약 25%에 도달했습니다. 이는 지난 4시즌 동안 18%의 벽을 넘지 못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입니다.

양키스의 피칭 연구소는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을 한 걸까요?

우선, 우타자 상대로 던지는 주요 구종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작년 후반기엔 싱커를 39%나 던졌지만, 올해는 커터의 비율이 31%로 바뀌었습니다. 이 커터는 대부분 몸쪽으로 들어가며, 나머지 구종들은 바깥쪽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 싱커, 슬라이더—이 조합이 우타자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을 줍니다.

변화는 구종만이 아니다

야브로의 체인지업 그립도 미세하게 바뀌었습니다. 공의 회전 방향이 살짝 달라졌고, 일반적으로는 릴리스 포인트가 높아지면 체인지업의 하강량이 줄어드는데, 오히려 이번 시즌엔 하강량이 4인치 늘었습니다. 이는 수직 무브먼트 수치가 줄어든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4년과 2025년의 투구 위치를 비교해보면, 오렌지색 점(체인지업)이 더 아래로 이동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변화 덕분에 체인지업의 헛스윙 유도율은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존 바깥으로 던지는 비율도 높고, 타자들이 따라나가는 비율도 크게 상승했죠. 팬그래프의 Stuff+ 모델에 따르면, 이 구종의 평점은 84에서 99로 올랐습니다. 평균적인 체인지업이지만, 야브로의 제구력 덕분에 훨씬 위협적인 무기로 변한 셈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굉장히 미묘해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이 안에 양키스 피칭 연구소의 ‘엣지’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심 효과(Seam Effects)’, 혹은 ‘심 시프트 웨이크(Seam Shifted Wake)’이라는 개념입니다.

제가 이 주제로 약 3년 전 영상을 만든 적이 있는데, 지금 보기엔 약간 업데이트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개념 자체는 꽤 잘 설명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영상처럼 너무 기술적인 얘기로 빠지기보다는, 지금은 단순한 사고 실험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심의 방향이 만든 구종의 차이

우완 투수가 투심 패스트볼을 던질 때 공이 팔 쪽 방향으로 휘는 이유는 뭘까요? 투수 입장에서는 그냥 공을 강하게 내던진다는 느낌뿐일 수 있습니다. 구속이나 릴리스 동작은 같지만, 공의 회전축과 솔기(seam)의 방향이 달라짐에 따라 공기와의 마찰이 달라지고, 그 결과 투심은 자연스럽게 우측으로 휘게 되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심 효과(Seam Effects)’입니다.

현재 MLB 구단들은 투수들의 솔기 방향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선도적인 구단들은 이를 바탕으로 모델을 만들고, 구체적인 훈련 도구까지 개발하고 있습니다. 투수가 공을 약간만 다른 방향으로 회전시켜도, 그 결과물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맥스 프리드의 싱커 변화

이 개념을 실제 예시로 살펴보겠습니다. 브레이브스 시절의 맥스 프리드는 전형적인 투심 싱커 그립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양키스로 이적한 뒤, 그는 ‘원심(one-seam) 싱커’로 변화를 주었습니다. 말발굽 모양의 솔기 안쪽에 손가락을 걸치듯이 잡는 방식이었죠.

2025년의 원심 싱커를 보면, 회전 방향이 확연히 다릅니다. 영상에서 보면, 특정 위치에 ‘빨간 점(red dot)’처럼 보이는 부분이 생깁니다. 이건 공의 솔기가 특정 방향으로 고정되어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반면, 2024년의 기존 투심 싱커는 회전 시 양쪽에 가죽 혹은 흰 부분이 번갈아 보이며, 공기가 양쪽에 고르게 닿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솔기 방향이 바뀌자, 공이 더 많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프리드의 2024년 싱커는 평균 수직 무브먼트가 약 8.5인치였으나, 올해는 평균 4인치로 줄었습니다. 릴리스 포인트는 분명히 바뀌었지만, 구속은 거의 동일합니다. 달라진 건 단 하나—공이 회전하며 공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입니다.

프리드는 아마 투구 시 느낌(cue) 자체도 약간 바꿨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변화는 솔기의 방향입니다. 이 싱커는 현재 우타자 상대로 79%의 땅볼 유도율을 자랑하며, 좌타자 상대로는 40% 이상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팬그래프의 Stuff+ 지표에 따르면 이 구종의 점수는 105에서 117로 향상되었습니다.

단순한 그립 변경이 아닌, 과학 기반의 설계

야브로의 체인지업과 프리드의 싱커는 ‘심 효과’가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입니다.

프리드의 원심 싱커는 많은 투수들이 쉽게 시도해볼 수 있는 변화입니다. 투구 포인트를 조금 높게 잡고 공을 약간 ‘cut’ 던지면 공이 더 많이 떨어지는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굳이 복잡한 유체역학 모델링 없이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죠.

하지만 야브로의 체인지업은 이야기가 다릅니다. 아주 미묘한 회전축 조정이며, 이 변화가 의도된 것인지 우연의 산물인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야키스가 이 부분을 더 의도적으로 조정했을 가능성이 크고, 바로 이런 부분이 양키스처럼 정밀한 시스템을 갖춘 팀이 차별화를 만들어내는 방식입니다.

이게 단순히 “그립을 조금 바꿔봤다”는 수준이 아닌 이유는, 공의 움직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의 회전 방향이 달라지면 무브먼트도 달라지고, 이는 투수의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이런 데이터 기반의 프로세스 덕분에, 양키스는 다른 구단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아이디어를 실제 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체인지업에서 드러나는 ‘엣지 속의 엣지’

특히 체인지업 분야에서, 양키스는 더욱 독보적인 경쟁력을 발휘하는 듯합니다. 작년의 루크 위버를 떠올려보세요. 그의 회전축을 바꾸자, 메커니즘의 변화와 맞물려 클로저 역할까지 맡게 될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체인지업은 그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무기였습니다.

오늘 이야기한 라이언 야브로도 그렇고, 이 흐름은 단지 메이저리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양키스는 마이너리그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적극적으로 실천 중입니다.

마이너리그 데이터로 보는 시스템 전반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분석 방법 중 하나는 마이너리그 데이터를 총체적으로 보는 것입니다.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의 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하면, “우리는 모든 걸 선수 개개인에 맞춰 진행합니다”라는 고위 관계자들의 말에 가려진 패턴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많은 구단이 개별화된 접근을 하는 건 사실입니다.

조직적 성향: 양키스는 체인지업을 사랑한다

선수마다 개별화된 접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각 구단은 분명한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양키스의 성향은 명확합니다—체인지업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올해 양키스 불펜진은 대부분 우완 투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체인지업 또는 스플리터를 주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특히 마이너리그에서 양키스는 다른 어떤 팀보다도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고 있으며, 그 비율은 15%로 리그 평균보다 약 1.5배나 높습니다.

작년에 양키스 관계자에게 “다저스나 레이스처럼 심 효과를 잘 활용하는 팀들과 비교해서, 양키스는 어느 수준인가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 팀들보다 너무 앞서 있어서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이 말이 다소 오만하게 들릴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사실을 반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사례: 페르난도 크루스와 로돈

예를 들어, 페르난도 크루스는 슬라이더 그립을 살짝 수정했습니다. 말발굽 안쪽으로 손가락을 조금 더 집어넣는 방식으로 바꾼 덕분에, 이 구종은 지금은 전통적인 ‘스위퍼’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예전에는 특정 카운트에서만 던지던 구종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양키스는 그에게 새로운 싱커도 추가해줬습니다. 프리드의 원심 싱커보다는 전통적인 투심 싱커에 가까운 구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투구 위치도 마운드에서 3루 쪽으로 1피트 이상 이동했죠.

어깨 염증에서 복귀 중인 상황이긴 하지만, 그는 볼넷 비율을 3~4%p 줄였고, 커리어 최고 시즌 중 하나를 보낼 수 있는 흐름을 타고 있었습니다.

또한 양키스는 카를로스 로돈에게도 ‘원심 싱커’를 추가했습니다. 릴리스 포인트 대비 말도 안 되게 떨어지는 구종으로 발전했고, 아마 이외에도 지난 1년 사이 유의미한 조정을 받은 투수들이 더 있을 것입니다.

해답은 데이터, 그리고 사람

결국 양키스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데이터, 그리고 그 데이터를 현장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회전 방향의 변화를 설계하고, 투구 접근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수정하는 이 과정은 단순한 ‘그립 조정’이 아닙니다. 이는 체계적인 프로세스 기반의 접근이며, 야키스는 이를 매우 ‘수직적으로 통합’해내고 있습니다. 즉, 연구개발(R&D) 부서에서 현장(필드 레벨)까지의 연결이 매우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 통합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핵심 인물: 맷 블레이크와 샘 브린드

양키스의 피칭 코치 맷 블레이크는 2019년 11월부터 팀에 합류했습니다. 그 전에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에서 4년간 선수 개발 부문을 담당했는데, 당시 클리블랜드는 MLB에서 바이오메카닉스를 활용한 선도적인 구단 중 하나였습니다. ‘드라이브라인’과도 관련된 이 개발 접근은, 투수들의 구속을 높이고 역학적으로 완성도 높은 투구를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두었죠.

실제로 클리블랜드는 마이너리그 평균 포심 패스트볼 구속이 가장 낮은 팀 중 하나이지만, 드래프트 이후 구속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이를 감수하는 팀이기도 합니다.

양키스의 피칭 개발 디렉터 샘 브린드(Sam Briend)는 블레이크 합류 몇 달 뒤 팀에 합류했습니다. 그는 드라이브라인이 산업 내에서 입지를 다지던 초기 시절부터 이 분야에서 활동한 인물로, 피칭 개발 분야의 핵심 인물입니다.

결국 블레이크와 브린드는 양키스 내에서 심 효과 개념을 실제 선수 개발 플랜에 통합하고, 실전 성과로 연결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두 인물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리고, 실험실의 ‘진짜 과학자’

마지막으로 제가 “양키스 내부에서 공기 흐름을 모델링하고, 코치들을 위한 도구를 실제로 만드는 ‘미친 과학자’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한 소스는 이렇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건 말해줄 수 없어요. 우리가 지금 그 사람을 채용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다른 팀도 눈치챘다

이 이야기는 결국 양키스가 어떤 수준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다른 구단들도 이미 주목하고 있고, 실제로 양키스의 인재들을 빼가려는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오프시즌에만 해도, 양키스는 다수의 핵심 인력을 다른 구단에 뺏겼습니다. 그중에는 심 효과 개념을 현장에 실제로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도 있었는데, 바로 데시 드라셸(Desi Druschel)입니다. 그는 현재 메츠에 합류했고, 메츠는 지금 마이너리그 구속 평균에서 다저스를 제치고 리그 1위를 기록 중입니다.

즉, 무언가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양키스에서 건너간 인물이 있는 것이죠.

처음에는 저도 양키스가 이렇게 많은 인재를 잃고도 지금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습니다. 언젠가는 그 공백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혀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들이 여전히 심 효과를 통한 투구 혁신의 선두주자이기 때문입니다.


코멘트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