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땐 이렇게 시작하려 했다. “오닐 크루즈는 아직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단 일주일 만에, 구장을 종횡무진하는 강한 타구들을 연이어 만들어내며 그의 wRC+는 126까지 치솟았다. 2021년 짧았던 데뷔 시즌을 제외하면 커리어 최고치다. 6피트 7인치(약 2미터) 장신 외야수인 그는 엄청난 배트 스피드와 폭발력을 갖췄고, 이따금 경이로운 퍼포먼스를 뿜어낸다. 지금의 타격감과 시즌 누적 지표는 그가 지닌 재능이 어떻게 현실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지난 시즌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당시 그는 wRC+ 110을 기록했지만, 스트라이크존 하단에서는 장신답지 않게 다소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올해 1월, 나는 크루즈의 가장 큰 강점인 ‘상단 존에서의 장타 능력’에 대해 쓴 바 있다. 긴 팔다리를 가진 타자들이 일반적으로 상단 존에서 생산성을 내기 어려운데, 크루즈는 예외였다. 그의 상단 존 예상 가중 출루율(xwOBA)은 무려 0.496으로, 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투수가 이 존에 공을 띄우면 큰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존의 한 부분에서 집중력을 극대화하면 다른 부분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크존의 상·하단을 모두 공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크루즈는 상단에서는 폭발적이었지만, 하단에서는 리그 평균 수준인 xwOBA 0.319에 그쳤다. 그의 체격을 고려하면 하단 공에 배트를 아래서부터 끌어올리는 게 오히려 쉬울 것 같은데, 예상 밖의 결과였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크루즈가 상단 존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체격에 걸맞은 하단 공략까지 가능해진다면, 타구 질 측면에서 완성형에 다가설 수 있다.” 그리고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나, 올 시즌 그의 하단 존 xwOBA는 0.367로 크게 상승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타자의 조정을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눈다. 하나는 스윙 자체를 바꾸는 것, 다른 하나는 스윙 결정(swing decision) — 즉, 어떤 공을 칠지 말지를 바꾸는 것이다. 어떤 타자는 둘 중 하나, 또는 둘 다 시도한다. 먼저 크루즈의 스윙 결정부터 살펴보자. 그는 올해 전체적으로 헛스윙 및 추격스윙(chase)을 덜 하고 있다. 추격률 기준으로 그는 작년 27퍼센타일에서 올해 62퍼센타일로 크게 향상되었고, 볼넷 비율도 8.5%에서 15.6%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즉, 타석에서 더 선택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선택성은 두 방향으로 작용한다. ‘건드려봐야 손해’인 공은 피하고, ‘때리면 이득’인 공은 적극적으로 노려야 한다.
크루즈는 올해 전체적으로 덜 공격적으로 변했지만, 그 변화가 특정 존에서 집중되었는지 살펴보자:
오닐 크루즈의 존별 스윙률 변화
| 시즌 | 하단 | 중단 | 상단 |
|---|---|---|---|
| 2024 | 58.4% | 67.0% | 65.8% |
| 2025 | 54.2% | 53.8% | 65.2% |
상단 존에서는 작년과 거의 차이가 없다. 크루즈는 여전히 이 구역에서 기회가 오면 거의 모든 공을 휘두른다. 변화는 중단 존에서 두드러지는데, 무려 14.4%p나 감소했다. 하단 존에서는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작년에도 하단 존을 가장 적게 휘둘렀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크루즈가 중단 존의 공을 더 잘 활용하는 것이다. Robert Orr가 만든 SEAGER 지표(타자가 타격 가능한 공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휘두르는지를 측정) 기준으로 크루즈의 ‘공략 가능한 공을 흘려보낸 비율’은 작년 44퍼센타일에서 올해 35퍼센타일로 떨어졌다.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
하단 존에서의 스윙 감소는 그의 타격 평면과 잘 맞지 않는 공을 거르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타격 평면과 일치하는 공을 선택적으로 공략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나는 1월 글에서 크루즈가 하단 빠른 공에 대해 배럴을 거의 갖다 대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배트가 존을 지나가는 경로가 그의 긴 팔과 배트 스피드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공격 각도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그의 팔이 길기 때문에 풀 익스텐션 시 하단 공에도 평면 일치가 쉬워야 하지만, 전통적인 좌타자들이 하단 인코스 공에 배트를 내리는 방식은 그에게 적용되지 않았다. 당시 그의 하단 공 접촉 품질(xwOBACON)은 0.459로 나쁘진 않았지만, 높은 장타 생산력을 기대하기엔 부족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 수치가 0.589까지 올랐다. 뭔가가 분명히 달라진 것이다. 스윙 빈도 감소는 공략 대상이 선명해졌다는 신호지만, 스윙 경로 자체도 바뀌었을까?
변화는 미세하지만, 크루즈에겐 그 정도로 충분했다. 상단 존에서의 강점을 유지하려면 스윙 전체를 바꾸기보다 작은 조정이 낫기 때문이다. Statcast의 새로운 배트 경로 데이터를 보면, 이런 미세한 변화도 실질적 차이를 만든다는 걸 알 수 있다.
크루즈의 하단 존 공격 각도는 11도에서 13도로, 스윙 경사도는 35도에서 36도로 올라갔다. 특히 브레이킹볼을 보면, 공격 각도는 13도에서 16도로 더 많이 올랐고, 공을 맞히는 지점(컨택 포인트)은 몸 앞에서 43인치에서 44.4인치로 약 1.5인치 정도 앞당겨졌다. 경로가 더 가팔라진 건 아니지만, 공을 더 앞에서 맞히면서 배트가 투구 평면과 더 잘 일치하게 되었다. 몸통이나 어깨 조작이 어려울 경우, 이 접근법이 최적이다.
이 변화는 특히 브레이킹볼 상대 성적에 결정적이었다. 브레이킹볼은 대체로 느리고 하강하는 궤적을 가지기에, 접촉 지점을 앞당기면 타이밍이 맞는다. 특히 스위퍼 상대 성적이 극적으로 개선됐다. 작년에는 하단 스위퍼에 11번밖에 스윙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벌써 9번이다. 작년엔 해당 구종에 대한 xwOBA가 0.133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무려 1.050이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아주 고무적인 변화다.
결국 이 차이는 컨택 포인트와 공격 각도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낮은 라인 드라이브를 날리느냐, 강한 땅볼로 그치느냐의 갈림길이다. 크루즈처럼 힘이 넘치는 타자에겐, 낮은 라인 드라이브는 곧 홈런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공격 각도는 종종 타이밍 지표로도 불린다. 타자가 배럴을 올리는 각도에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고의 타자들은 스윙 초반에 배트를 위쪽 궤도로 올려 그 경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모든 타자에게 한계는 있다. 크루즈 역시 예외가 아니다. 그는 하단 브레이킹볼과 같은 느린 구종에 대해선 앞에서 컨택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평면을 맞추는 데 더 능하다.
출처:
Fangraphs, Oneil Cruz Is Starting To Damage Low Pitches (작성자: Esteban Rivera)
원문 링크: https://blogs.fangraphs.com/oneil-cruz-is-starting-to-damage-low-pitch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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