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닐 크루즈, 괴물의 잠재력을 깨우다
만약 애런 저지의 신체 능력과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파워를 유전자 조작으로 결합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022~2023년 뉴욕 양키스에서 뛰었던 이사야 카이너-팔레파는 그 해답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둘을 합치면요,” 현재 피츠버그 파이리츠 소속의 유격수 카이너-팔레파가 말했다. “그게 바로 오닐 크루즈 같아요.”
6피트 7인치(약 201cm)에 240파운드(약 109kg)의 피지컬을 가진 크루즈는 또다시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일요일, 그는 122.9마일(약 198km/h)짜리 홈런을 쏘아 올렸는데, 이는 스탯캐스트가 기록을 시작한 2015년 이래 가장 빠른 타구 속도였다. 강한 타구뿐 아니라 외야 송구 속도, 주력까지 거의 모든 면에서 스탯캐스트의 전설로 남을 만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그는 이제 겨우 26세, 올해 처음으로 외야수로 풀시즌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는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카이너-팔레파는 “크루즈는 스탠튼의 폭발적인 타구 속도와 저지의 운동능력을 모두 갖췄다”며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낸다면, 역사상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 팻 머피 역시 이에 이견이 없다. 피츠버그 원정 3연전 동안 크루즈에게 완전히 압도당했기 때문이다.
금요일에는 개인 최고 타구 속도였던 117.9마일짜리 홈런과 113.4마일 동점포를 날렸고, 토요일에는 좌완 타일러 알렉산더를 상대로 결승 3루타를 기록했다. 일요일에는 우완 로건 헨더슨의 초구 패스트볼을 받아쳐 122.9마일 홈런을 만들어냈다. 8회 초, 브루어스가 6-5로 앞서고 주자가 2루에 있었던 상황에서 머피 감독은 크루즈를 고의사구로 거르고 말았다.
결과적으로는 우익수 앤드류 맥커친이 삼진을 당해 브루어스가 승리했지만, 머피 감독은 그 주말을 “괴물과 싸운 기분”이었다며 “직면하고 싶지 않은 공포였다”고 말했다.
크루즈는 시즌 초반 25경기에서 8홈런을 날린 이후 거의 한 달 가까이 홈런이 없었지만, 머피는 “지금까지 본 타자 중 가장 뛰어난 신체 능력과 배트 스피드를 가졌다”며 “50개, 아니 60개의 홈런도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심지어 크루즈가 친 공이 투수 쪽으로 되돌아올 때의 속도는 투수들에게 또 다른 위협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잭 갤런은 “그런 타구를 맞으면 정말 위험하다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라이언 헬슬리는 “그냥 고의사구로 보내야 해. 살고 싶거든”이라며 농담을 섞기도 했다.
루빅스 큐브 같은 선수
그렇다면 크루즈는 자신의 잠재력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가고 있을까?
17년차 베테랑 맥커친은 “그걸 말하기 어렵다”며 “때로는 엄청난 장면이 나오다가도, 아직 미성숙한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균 타구 속도 97.2마일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100번째 백분위에 해당하지만, “때로는 강하게 칠 필요가 없는 상황도 있다”며 “선구안이나 상황 판단 능력은 아직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크루즈는 2021년 10월 2경기만 소화한 뒤, 2022년에는 6월 20일까지 마이너에 머물렀고 2023년에는 발목 골절로 거의 시즌을 날렸다. 이번 시즌은 아직 커리어 293경기째, 풀타임 두 시즌도 안 되는 경험치다. 자주 비교되는 엘리 데 라 크루즈는 크루즈보다 3살 어리지만 이미 15경기를 더 뛰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크루즈가 완성형 선수이길 기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그는 원래 유격수로 데뷔했고, 외야수로 첫 경기를 뛴 건 지난해 8월 28일이 처음이었다. 맥커친은 크루즈의 다음 단계는 신체적 재능을 넘어선 ‘본능적이고 지적인 야구 이해도’를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인들은 이를 “야구를 안다(playing the game)”고 표현한다.
맥커친이 말한 ‘야구를 안다’는 의미는, 매 타석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출루하며, 도루를 성공시키고, 어려운 수비를 자연스럽게 해내며, 이 모든 것을 꾸준히 해내는 것을 뜻한다.
크루즈는 지난 일요일 122.9마일 홈런을 치기 전, 104마일짜리 강한 송구를 했는데, 이는 살 프렐릭의 적시타 때였다. 하지만 이 송구는 백스톱을 넘기며 튕겨 나갔고, 그 사이 프렐릭은 3루까지 진루했으며 추가 점수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이런 플레이에서 배워야 합니다.” 파이어리츠의 돈 켈리 코치는 말했다. “그는 아직 완성형 선수가 아니에요.”
켈리 코치를 비롯해 팀 동료들과 코칭스태프는 모두 크루즈가 매우 성실하고 열심히 훈련하며 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가장 재능 있는 선수에게조차 야구는 어려운 경기이고, 성장 중인 선수에게는 특히 ‘꾸준함’이라는 과제가 쉽지 않다.
브루어스와의 시리즈에서 맹활약한 직후, 크루즈는 애리조나 원정 3연전에서 13타수 2안타에 그치고 삼진 6개를 당했다. 수요일 마지막 타석에서 2점 홈런을 쳤지만, 경기는 10-1로 크게 앞선 상황이었다. 시즌 성적은 타율 .230, 12홈런, OPS .841. 도루는 19회 시도 중 18회 성공으로 내셔널리그 1위다.
리드오프 타자로 나서는 크루즈는 타석에서의 선구안을 다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 화요일 기준 삼진율은 32.2%로 메이저리그 전체 4위였고, 지난해보다 2%포인트 더 높아졌다. 그러나 볼넷률은 8.5%에서 15.6%로 크게 늘었고, 헛스윙률은 32.6%에서 25.8%로 줄였다.
수요일 경기에서 크루즈를 세 번이나 잡아낸 잭 갤런은 “가끔은 크루즈에게 자기 공이 아닌 우리 공을 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크루즈는 컨택이 워낙 강력해서, 제대로 맞히지 않아도 다른 타자들이 최상의 스윙으로 맞힌 공보다 더 강하게 날아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크루즈는 이번 스프링캠프부터 더 나은 스윙 선택을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
“지금도 괜찮은 단계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언제나 더 나아질 수 있죠.”
크루즈는 팀 통역 스티븐 모랄레스를 통해 말했다.
“과거의 위대한 타자들처럼 스트라이크 존을 잘 통제할 수 있다면, 저도 더 좋은 타자가 되어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러나 확실한 성장
파이어리츠의 외야 코치 타릭 브록은 훈련을 재미있게 만드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타격 연습 중에는 크루즈와 플라이볼 잡기 내기를 하기도 한다.
브록은 2000년 시카고 컵스에서 외야수로 13경기를 뛰었고, 올해 51세지만 여전히 체력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크루즈와의 나이 차이를 감안해 특별한 규칙을 만들었다. “한 라운드를 이기려면 크루즈가 세 번 더 많이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승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브록은 3대 3 동률이라 주장하고, 크루즈는 자신이 6대 3으로 앞서고 있다고 말한다. 어느 쪽이든 크루즈는 웃으며 “브록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장담한다.
“얘는 내가 웃기는 걸 좋아해요.” 브록이 말했다. “나도 웃음거리가 되는 게 좋고요.”
하지만 크루즈의 외야 전환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그는 지난 시즌 유격수로 24개의 실책을 기록한 뒤, 8월 25일을 끝으로 그 포지션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그로부터 3일 뒤, 팀의 요청으로 처음으로 중견수로 나섰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잭슨 메릴은 2024년 스프링캠프 전체를 중견수 전환에 투자할 수 있었던 반면, 크루즈는 말 그대로 벼락치기 교육을 받았다. 브록은 시즌 마지막 23경기를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만 가르쳤다.
스프링캠프는 보다 체계적인 훈련장이었다. 브록은 단계적으로 접근해 기본 동작부터 가르쳤고, 타구 분포도(spray chart)를 보여주며 포지셔닝의 중요성과 중견수 포지션의 디테일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 경기에서 뛰어보는 것뿐이었다.
“이제는 대화의 질이 달라졌어요.” 브록은 말했다. “크루즈가 와서 ‘이 타자 상대로는 내가 좀 더 옆으로 가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죠. 완전히 이해하고 있어요. 동료들한테 위치를 지시하기도 해요.”
크루즈는 자신의 스피드라면 뒷공간 타구도 쫓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 평균 316피트 위치에서 수비를 시작한다. 이는 리그 평균보다 5피트 앞선 거리다. 주전 중견수 가운데는 필라델피아의 요한 로하스만이 더 앞쪽에 위치한다.
수비 지표만 보면 크루즈는 피트 크로 암스트롱 수준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크루즈도 본인이 아직 발전 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견수로 9시즌을 보낸 맥커친은 그의 성장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지금도 정말 잘하고 있어요.”
맥커친이 말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그건 아직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때로는 그런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게 필요하죠. 팬들도 그 점을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줘야 해요.”
“플라이볼에 대해선 예전보다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요. 항상 전속력으로 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공을 향해 미끄러지듯 움직이죠. 언젠가는 ‘캐치 확률 0%’라고 평가된 타구도 잡아낼 거예요. 그럴 능력이 있어요. 아무도 못 잡는 공을 잡을 수 있는 선수예요.”
브록은 1루 코치도 겸하고 있는데, 그는 도루 시도에서도 크루즈가 한층 성숙해졌다고 평가한다. 투수의 투구 타임과 포수의 송구 시간을 조합해 가장 유리한 타이밍을 잡는 식으로, 훨씬 신중해졌다는 것이다. 크루즈는 현재 18개의 도루를 기록 중인데, 이는 지난 시즌 부상 복귀 후 기록했던 커리어 하이 22도루에 단 4개 모자란 수치다.
“올해는 정말 몸 상태가 훨씬 좋아요.”
크루즈가 말했다.
카이너-팔레파는 크루즈가 점점 완성형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본다. 도루에 대한 감각이 올라가면서 적극적으로 베이스를 노리고 있고, 중견수 수비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타격에도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됐다.
“이제 다음 단계는 타율이에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예요.”
카이너-팔레파가 말했다.
“OPS는 충분히 나올 거고, 파워도 보장되어 있어요. 근데 전 그가 .280에서 .330까지도 칠 수 있다고 봐요. 다만 가끔은 공을 너무 강하게 쳐서, 오히려 주력을 활용할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나 피츠버그에서 성장한 스타가 그렇듯, 팬들이 크루즈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제한적일지도 모른다. 그는 이번 겨울 첫 연봉 조정 자격을 얻게 되고, 팀은 앞으로 3년 동안 계약상 통제권을 갖는다. 그가 FA가 되는 해는 만 30세 시즌으로, 그때쯤이면 진정한 전성기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그 전성기에 지금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맥커친도 확신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해요.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는지는 저는 잘 압니다.”
출처: The Athletic – Pirates’ Oneil Cruz is already a Statcast legend. Can the rest of his game catch up?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