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grphs의 How Worried Should We Be About Spencer Strider? 입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스펜서 스트라이더의 위기 신호
결과가 전부는 아니다. 물론, 결과를 무시할 수도 없다. 0승 4패, 평균자책점 5.68이라는 성적표에 기분 좋을 투수는 없다. 스트라이더의 이런 표면적인 수치만으로도 우려를 품기에는 충분하지만, 실제로 더 깊은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그의 투구 메커니즘 변화와 구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올해로 26살이 된 스트라이더는 이번 시즌 불과 네 번의 선발 등판밖에 하지 못했지만, 단 몇 경기 만에 예전의 지배력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팬들에게 뼈저리게 실감시키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그는 메이저리그 전체를 압도하던 괴물 같은 존재였다. 지금은 과연 그 모습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전성기의 스트라이더는 어떤 투수였나
가장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이 상황이 정말 안타깝다는 점이다. 스트라이더는 매력 넘치는 젊은 선수다. 팬들이 쉽게 마음을 주고 응원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캐릭터다. 그는 전성기 시절, 마운드 위에서 굵은 허벅지를 쩍 벌린 채 서서 유니폼 바지를 찢을 듯한 근육으로 시속 100마일짜리 패스트볼을 꽂아넣으며 타자들을 쓸어버렸다. 그야말로 ‘시청 예약’이 걸리는 투수였다.
2021년 잠깐의 메이저리그 경험을 거친 그는 2022년, 완성형 에이스로 리그에 강렬하게 등장했다. 시속 98마일의 포심 패스트볼, 날카로운 슬라이더, 그리고 가끔 섞는 체인지업을 무기로 리그를 지배했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그의 FIP는 2.43으로 전체 선발 투수 중 가장 뛰어났고, 누적 WAR 10.3은 케빈 가우스먼(10.7)에 이어 두 번째였다. ERA는 3.36으로, 300이닝 이상 던진 선발 투수 중 16위에 해당한다.
그 당시만 해도 스트라이더는 향후 10년간 ‘진짜 에이스’로 군림할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24년, 팔꿈치 인대 내측 보강 수술(internal brace surgery)로 시즌 대부분을 쉬었고, 복귀 후 단 네 경기 만에 우리는 그에 대한 기대를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스트라이더
스트라이더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은 주로 그의 부상 이력에서 비롯된다. 그는 이미 큰 수술을 견뎌낸 전례가 있다. 2019년 클렘슨 대학 2학년 때 토미 존 수술을 받았고,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시즌 자체가 거의 무산됐지만, 2021년에는 아예 브레이브스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초고속으로 뚫고 올라왔다. 즉, 그는 이미 한 차례 큰 수술 이후 정상궤도로 돌아온 경험이 있는 투수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도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는 희망이 남아 있다.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했고, 정규 시즌 첫 등판을 치른 뒤에는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이로 인해 재활과 컨디션 끌어올리기 과정이 한 차례 더 필요하게 됐다.
5월 19일 복귀 이후 세 차례 선발 등판을 소화했는데, 지금부터 전하려는 스트라이더 관련 부정적인 이야기들은 모두 이 ‘복귀 초기’라는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부상 전의 몸 상태를 되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고,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기대하고 있는 일이다.
브레이브스 감독 브라이언 스니커도 이렇게 말했다.
“이런 건 하룻밤 새 돌아오지 않아요. 나도 그렇고, 스트라이더 본인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라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에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지금까지의 모습은 솔직히 꽤 실망스럽다.
구속 하락과 함께 무너지는 패스트볼의 위력
스트라이더는 올 시즌 단 19이닝만 던졌지만, 전혀 다른 투수가 된 것처럼 보인다. 한창 좋을 때 그는 전형적인 탈삼진형 에이스였다. 높은 존에서 포심 패스트볼로 타자들을 압도하며 탈삼진을 쌓는 유형이었고, 동시에 홈런에는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그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정작 그 스타일의 핵심이었던 ‘패스트볼’이 이전 같은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하드 히트를 허용하는 빈도는 여전히 높은데, 삼진율은 2023년 36.8%에서 2025년에는 23.2%로 크게 떨어졌다. 지금 그는 예전처럼 ‘속구로 찍어 누르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 무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구속이다. 스트라이더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2022년 98.2마일, 2023년 97.3마일이었지만, 2025년에는 95.2마일까지 떨어졌다. 여전히 리그 평균보다는 빠르지만, 이제 그는 ‘압도적인 속구를 던지는 투수’에서 ‘조금 빠른 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된 셈이다.
올 시즌 네 번의 선발 등판은 스트라이더 커리어에서 가장 느린 평균 패스트볼 구속을 기록한 경기들이기도 하다.

이닝별 구속 변화에서 드러나는 체력 문제
슬라이더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2023년 평균 구속은 85.6마일이었지만, 2025년엔 83.6마일로 하락했다. 그나마 긍정적인 해석은 이닝별 구속 변화를 보면 드러난다.

경기 초반부터 이미 2023년 평균보다 낮은 구속을 보이긴 하지만, 이닝이 지날수록 구속 하락 폭이 더 커진다는 점은 아직 체력과 구속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2023년에도 이닝이 지나면 구속이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그 폭은 0.5마일 정도였다. 올해는 그보다 세 배에 가까운 하락폭이 관찰된다. 이는 단순한 구속 저하가 아니라, 체력과 회복 문제와 직결된 신호일 수 있다.
패스트볼의 무브먼트가 바뀌었다 — 팔 각도 변화의 영향
단순히 구속만 떨어진 게 아니다. 스트라이더의 투구는 물리적으로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2023년과 2025년을 비교해보면, 그의 팔 각도는 48도에서 41도로 낮아졌다. 이 변화는 투수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팔 각도가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공의 수직 움직임(IVB, induced vertical break)이 줄어들고, 가로 움직임(arm-side run)은 늘어나게 된다. 실제로 그의 포심 패스트볼은 다음과 같은 변화를 보였다:
- IVB: 18.4인치 → 17.6인치 감소
- Arm-side run: 6.1인치 → 8.5인치 증가
- 스핀율 역시 소폭 감소 (구속 감소를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변화는 단지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스트라이더의 패스트볼은 원래 리그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궤적 — 강한 라이즈, 높은 구속, 독특한 릴리스 포인트 — 을 통해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그것이 그를 특별하게 만든 핵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패스트볼은 평범한 투수들이 흔히 던지는, 타자에게 익숙한 궤적에 가까워졌다.
모델링 지표도 경고등을 켜고 있다
다음은 스트라이더의 포심 패스트볼이 각 시즌에서 리그 투수들 사이에서 얼마나 특출났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100개 이상 던진 투수 기준):
시즌 | IVB 백분위 | 구속 백분위 | 팔 각도 백분위 |
---|---|---|---|
2023 | 93 | 92 | 77 |
2025 | 71 | 66 | 56 |
(출처: Baseball Savant)
수직 무브먼트와 구속, 팔 각도 모두 떨어졌다. 이는 단순히 “공이 덜 좋다”는 차원을 넘어, 타자에게 훨씬 더 ‘맞기 쉬운’ 공으로 변했다는 뜻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주요 구종 평가 모델들도 스트라이더의 패스트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즌 | PitchingBot (20–80 스케일) | Stuff+ (평균 100) | StuffPro (평균 0, 작을수록 좋음) |
---|---|---|---|
2023 | 67 | 118 | -1.3 |
2025 | 50 | 94 | 0.2 |
PitchingBot만이 아직 ‘리그 평균급’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나머지 모델들은 모두 평균 이하라고 판단하고 있다.
타자들도 이제 패스트볼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지표만 안 좋은 게 아니다. 실제 경기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 유인구 비율(Chase%): 25.9% → 19.7%
- 헛스윙 비율(Whiff%): 28.7% → 14%
- 평균 타구 속도: 90.1mph → 95.3mph
- 배럴 비율(Barrel%): 9.3% → 14.3%

스트라이더는 과거처럼 자신 있게 정중앙에 속구를 밀어넣지 못하고 있다. 이전에는 “맞더라도 못 친다”는 자신감으로 공격적으로 던졌지만, 지금은 정교한 존 상단 제구를 시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의 퀄리티가 떨어진 상태에서 그 정도 제구까지 요구된다면, 그건 너무나 어려운 싸움이다.
물론, 수치만 놓고 보면 아주 미세한 변화들일 수도 있다. 구속 몇 마일, 팔 각도 몇 도, RPM과 MPH 간의 차이, 유도된 수직 무브먼트(IVB) 1인치 남짓.
하지만 이 모든 작은 변화들이 합쳐지면, 완전히 다른 구종이 된다.
실제로 여러 스터프(Stuff) 모델들은 이 구종이 엘리트급에서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고 평가하고 있고,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역시 그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슬라이더 변화
스트라이더의 슬라이더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팔 각도가 낮아지면서 이 구종은 글러브 쪽으로 움직이는 무브먼트가 약 0.5인치 늘어난 반면, 수직 낙차는 0.5인치 줄어들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공이 더 떨어지기보단 오히려 약간 뜨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 구속 저하까지 겹치면서, 두 개의 스터프 모델에서 이 슬라이더는 리그 평균 이하로 평가됐고, StuffPro에서는 겨우 리그 평균 수준에 그쳤다.
2023년부터 2025년 사이, 슬라이더의 유인구 비율은 43.9%에서 30.3%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여전히 헛스윙은 절반 이상 유도해내고 있지만, 타자들이 배트를 맞췄을 때 결과는 훨씬 더 강력해졌다:
- 하드힛 비율: 33.3% → 55.6%
- 배럴 비율: 7% → 11.1%
아마 유인구로 던지지 못하다 보니, 스트라이더는 슬라이더를 더 자주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에 띄우는 실수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패스트볼-슬라이더 간격이 벌어졌다
이제 스트라이더의 슬라이더는 이전처럼 패스트볼과 ‘한 세트’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유인구 성능이 떨어지고, 패스트볼도 더는 압도적이지 않으니 슬라이더도 함께 효과가 반감된다. 두 구종의 움직임이 서로 엇갈리는 경로를 따라가게 되면서, ‘터널링’ 효과도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타자가 두 구종을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패스트볼은 팔 쪽으로, 슬라이더는 글러브 쪽으로 더 벌어지는 움직임을 보이며 경로가 더 빨리 분리된다.
스트라이더의 향후 시나리오
결국 우리는 같은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변화들은 일시적인 것인가? 아니면 영구적인 것인가?
혹은, 스트라이더는 그 중간 어딘가에 머물게 될까?
구속이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브레이브스 구단과 스트라이더 본인도 그의 팔 각도가 낮아졌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는 예전처럼 48도에 가까운 높은 릴리스 포인트를 다시 구현할 수 있을까? 아니면 이 팔 각도 하락은 의도적인 조정이었을 가능성도 있을까?
이미 변화를 시도 중이라는 정황도 있다. 분석가 랜스 브로즈도우스키에 따르면, 스트라이더는 마운드에서 러버 위치를 8인치 이상 1루 방향으로 이동시켰다. 이전엔 중앙에 가까운 위치에서 던졌지만, 이제는 극단적으로 1루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는 분명히 그의 릴리스와 각도, 무브먼트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브레이브스는 어떤 판단을 내리고 있을까?
브레이브스는 자체적인 피칭 모델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스트라이더의 구종이 지금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를 계속 로테이션에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은, 구단이 아직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트라이더가 과거의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완전히 새로운 투수로 거듭나야 한다. 단 두 가지 구종(포심와 슬라이더)에 의존하던 스타일에서 벗어나, 구속 조절, 구종 혼합, 존 활용 등 훨씬 더 정교한 피칭 기술을 익혀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천재형 투수’에서 ‘노련한 기술형 투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그의 최고의 무기는 커브와 체인지업이다. 현재로서는 Stuff+와 StuffPro 모두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는 구종이다.
이제는 커터, 스위퍼, 변화구 그립 조정 등 일반 투수들이 겪는 고민들을 스트라이더 역시 해야 할 시점이다.
스트라이더가 이 새로운 길을 걸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잃을지도 모르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아프다.
야구는 잔인한 스포츠다.
지금까지 1,800여 단어에 걸쳐 이야기한 모든 변화들은, 결국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월드 클래스 투수와, 피칭을 다시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투수를 나누는 작은 차이일 뿐이다. 그 차이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실, 야구는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라고 만들어진 스포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당신의 팔꿈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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